꽃으로 지다

꽃으로 지다

  • 자 :개월노
  • 출판사 :좋은땅
  • 출판년 :2016-08-1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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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 되어 세상의 모든 과실을 향유한 사람들도 스스로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들의 삶이 별로 자랑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진실이지만, 아웃사이더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프로필을 적을 일을 만들고 보니 가슴 속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든다.

지옥 같은 세월이 흘러 5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사실 우리는 인류의 역사상 몇 안 되는 수십 년간의 절대 평화기를 살았다. 때문에 ‘지옥 같다’는 표현을 하면 더 혹독한 삶을 살았던 선대의 사람들에게 무척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천국’을 외치는 사람들이 여전히 즐비한 것을 보면 ‘지옥 같은’이라는 표현을 써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니리라.

그래서 그런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고단한 삶의 흔적을 감출 수 없는 노인네가 다 돼 보인다. 늙은 내 자신을 본다는 것은 내 인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음을 목격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울을 보는 행위는 다른 모든 것들은 실패했지만 죽기 전에 꼭 한 가지는 해야 할 것이 있다는 각오를 다지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성공은 내 인생에서 별 의미 없는 단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부산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어쩌다 삼십대 중반에 지방 한 문예지에서 단편소설 신인상을 받았고 그 작은 근거가 험한 아웃사이더의 삶을 버틴 원천이 될 만큼 제도적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세상이 하도 미쳐 돌아가는 듯해서 그럴듯한 정치소설을 하나 적어보려 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너무 어려운 일이어서 완전히 실패했던 쓰라림을 겪었다. 그 뒤로도 20여년의 풍파를 더 견뎠다. 그리고 다시 실패한 정치소설을 적기로 결심했다.

모두들 2002년의 월드컵 열기를 기억하고 또 들었을 것이다. 엄청난 국민적 열망이 쏟아졌지만 조작된 이벤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 세대는 박정희 시대도 겪었다. 그리고 노무현 신드롬이 일었던 10년도 겪었다. 박정희도 노무현도 히딩크도 모두 만들어진 영웅일 뿐으로 조급한 마음들이 빚어낸 조악한 신화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수천 년을 약소민족으로 살아온 비애 혹은 콤플렉스가 만든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영웅다운 영웅을 가져본 역사가 없는 민족으로 모든 국민의 무의식 속에는 한 번쯤은 우리 민족을 세계로 웅비케 할 영웅에 대한 강한 갈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리어드 오딧세이’나 ‘니벨룽겐의 노래’와 같은 영웅서사시 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 ‘태왕사신기’ 정도로는 태부족이다.

실패한 정치소설을 적겠다는 것은 이제 민족의 영웅서사시를 적겠다는 목적으로 더 거대하게 바뀌었다. 삶의 종반부에 와서도 생활비도 못 만드는 내가 어떻게 이 방대한 작업을 할 것인가가 걱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이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무식하고 또 용감한 자이지 않은가. 그래서 대책 없이 시작했다. 그러나 그 작업은 시작도 못하고 대신 이 글을 적었다. 그리고 이 글이 그 작업의 밑그림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그래야 이런 행위가 나를 지지해줄 난간 역할을 할 것이기에.



2016.07.05.

지리산 형제봉에서

介月努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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