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아픈 몸을 살다

  • 자 :아서 프랭크
  • 출판사 :봄날의책
  • 출판년 :2017-09-22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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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유려한 문장으로 밝힌 책!



“아서 프랭크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솔직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자신의 경험 안으로 안내한다. 그는 질병 경험을 에두르지 않고 직면하면서 통과하는 일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보여준다.”



『아픈 몸을 살다』는 『몸의 증언』의 저자 아서 프랭크(Arthur Frank)가 자신의 질병 경험(특히 암)에 대해 쓴 개인적인 에세이다. 사회학 교수로 젊고 건강했던(건강해 보였던) 저자는 39세에 심장마비를 겪고 그 다음 해에는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가 수술과 화학요법을 통해 회복한다. 이런 경험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지만 『아픈 몸을 살다』를 질병 수기라는 말로 전부 설명하기엔 부족한데, 이 책은 우리가 보통 질병 수기라는 장르의 글에서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내용들, 즉 질병(고환암)의 증상―시도해본 치료법―치료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고통―치료 성공과 일상으로의 복귀―다른 암환자들을 위한 조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질병 경험에 대한 ‘서술’을 넘어 질병 경험에 대한 ‘사유’로, 저자 자신이 질병을 경험하면서 배운 것들을 짚어가며 인간의 삶에서 질병의 의미를 묻고 재의미화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아서 프랭크가 명료하게 인식하고 있듯이, 한 개인에게 있어 질병은 의료용어들로 설명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저자가 질병을 통과하며 겪고, 관찰하고, 화제로 삼는 내용들도 다양하다.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삶의 위기,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통증, 수술과 화학요법, 돌봄, 의료시스템 안에서 환자의 위치, 환자에게 요구되는 긍정적인 태도, 암과 오명, 주변 사람들의 태도(부정, 인정, 비난), 경이로서의 몸, 이야기의 힘,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 하지만 이 모든 화제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저자의 통찰은, 질병은 우리를 삶의 경계로 데려가며 그곳에서 우리는 삶을, 자기 자신을 어느 때보다 또렷하고 투명하게 마주보게 된다. 죽음 가까이 가는 이 여행은 물론 위험하지만 또한 모험이고, 경이를 발견하고 배우는 과정이며, 변화와 다른 삶의 가능성들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은 “위험한 기회”라는 것이다.



아서 프랭크의 질병 이야기에서 질병과 환자의 의미와 위치는 근본적으로 다른 맥락에 놓인다. 질병은 그저 불행한 일, 피해야 하는 일, 빨리 벗어나야 하는 일, 시간과 자원의 낭비가 아니라 새롭게 되는 기회, 다른 삶으로 건너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환자는 치료와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 목격자이며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 자체가 아픈 사람이 가지고 돌아온 새로운 이야기의 한 사례다. 질병을 보는, 질병을 이야기하는, 혹은 질병을 ‘사는’ 이런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다.



아서 프랭크의 이 에세이는 질병이 가져오는 상실과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그저 피해자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또한 모든 어려움을 용감하게 극복해낸 흔한 질병 서사의 영웅 이야기도 아니다. 위험과 기회, 고통과 축복, 위기와 새로 얻은 삶 등 모순되는 요소들을 또렷한 비전을 가지고 함께 엮어 말하기 때문에 영적 차원의 울림도 크지만 ‘신이 주신 질병으로 삶이 변화되었다’ 식의 간증과도 거리가 멀다. 세속적이고 평이한 용어들로 질병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깊이를 드러냈다는 점이 이 책의 커다란 미덕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사유의 무게가 만만치 않으면서도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중병은 그 여행자들을 인간 경험의 가장자리로 데려간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도 그렇게 아픈 사람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여행이 인정받기를 원한다”, “몸을 통제하려하기보다는 몸의 경이를 인식하길 권한다”, “내가 삶과 바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었다”처럼 경구와도 같고 논증보다는 직관의 결과인 ‘심오한’ 말들이 자주 나오지만 저자의 경험을 우리가 함께 되짚어가며 듣는 이야기이기에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개인적인 목소리로 자신이 마주쳤던 것들을 복기하기 때문에 독자들도 쉽게 그 경험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만 언제나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사유를 만들기에 꽉 찬 깨달음의 기쁨을 함께 느끼면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의미가 무척 크다. 우리 사회에는 건강하고 젊고 ‘정상적’인 몸에 대한 내외부의 집착과 압력이 가득하며, 동시에 아픈 몸에 대한 공포와 회피와 비난 역시 존재한다. 또한 속도와 성과,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산업화 시대의 습속에다 자기계발시대의 스스로 채찍질하기가 더해진 삶의 방식이 규범이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개인들의 몸이 짊어지는 하중이 과도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게 된다는 것은 환자와 주변 사람들이 다층의, 다중적인 위기를 겪게 됨을 의미한다. 직간접적으로 질병을 경험하는 사람들과 만성질환을 안고 아픈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의학적 어려움 훨씬 이상인, 여러 종류와 층위의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말은 아주 드물다. 치료와 섭생 이야기, 종교적 간증 이외의 질병에 관한 이야기들(질병 수기 포함)이 상대적으로 극소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노년, 질병, 장애, 죽음과 같은 주제들에 대한 모임, 강연, 연구물, 책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취약한 필멸(必滅)의 몸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까 한다. ??아픈 몸을 살다??는 이런 필요와 요구에 부응해 질병의 의미를 전환시킬 수 있는 이야기, 아픈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줄 수 있는 이야기, 고통에 대한 다른 시각을 줄 수 있는 이야기, 그럼으로써 고통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이야기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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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아낸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의 치료가 이루어진 다음에도 계속해서 아픈 몸으로 산다는 것은 삶을 이루는 근본적인 평등과 불평등에 관한 지각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는 의지와 상관없이 질병을 갖게 되고 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질병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는 어떤 사회적 동의와 의료체계 하에서 어떤 치료와 돌봄을 받는가에 따라 심각할 정도로 상이하게 갈라진다.

이러한 평등과 불평등에 관한 지각은 스스로 아파보지 않으면, 아프면서 삶을 가로지르는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에 섬뜩할 정도로 가까이 근접해보지 않으면 갖기 힘들다. 아서 프랭크의 책은 이 지각에 관한 놀라운 통찰로 우리를 이끈다. 의미심장한 『사건』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휘말려 들어갔던 『목격자』로서의 경험을 그는 섬세한 관찰과 분석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환자로서 겪는 충격과 고통 그리고 치료의 과정을 자기로부터의 소외나 식민화된 타자성이 아니라, 『이미 온전한』 자기임(being self)으로 경험하는 것은 바로 그 모든 것의 목격자가 됨으로써 가능하다. 그리고 목격자는 자신이 목격한 것을 진정성 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윤리적 책임에 복속한다. 이제 다른 사람들은 마찬가지의 진정성을 갖고 그 이야기를 새겨듣는 청자의 책임을 기꺼이 받아 안아야 한다. 이야기를 매개로 주고받는 이 책임 속에서 우리는 질병이나 장애, 죽음이 누군가의 불행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단 하나의 진실임을 깨닫고 그 진실이 촉구하는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한편, 그 진실에 합당한 사회적 공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만들어야 한다. 아서 프랭크가 자신의 아팠던/아픈 몸의 경험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며, 우리가 도달하게 되는 통찰이 바로 이것이다. 질병도 장애도 늙음도 죽음도 온전히 존중받지 못한 채 타자가 되는 이 시대에 얼마나 소중한 통찰인지!

―김영옥(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을 그었다. 책 전체가 고통스러우면서도 소중하고, 미묘한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한 통찰들로 가득하다. 아픈 경험이 바로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모두 병에 걸린다. 어떤 병은 괜찮지만 다른 병은 숨겨야 한다. ??암적 존재??라는 표현이 은유로 사용되는 사회에서 암 환자들은 살아간다. ??암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라는 표현으로 비난받기도 하고,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낫기만 하라??는 주문 앞에서 삶이 암으로 축소되기도 한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의료적 태도의 경직성은 근본적으로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을 표준으로 설정하는 사회에서 비롯된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강박적으로 건강을 추구하고, 아픈 사람을 『우리』로부터 추방한다. 바로 우리 자신을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질병들, 소중한 사람을 쓰러뜨린 질병과 아픈 사람을 돌봤던 경험들에 대해 생각했다. 병원 검사실의 냄새와 외래진료실에서 의사 앞에 앉았을 때의 두려움, 퇴원 후에도 계속되는 아프기/낫기의 과정도 생생하게 떠올려졌다. 아서 프랭크는 이 책에서 바로 그러한 구체성을 비판적이고도 윤리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 그리고 병은 싸워 퇴치해야 할 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며, 병이 낫든 낫지 않든 병과 씨름하며 사는 삶 그 자체가 온전하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아픈 사람이 통증의 무시무시한 골짜기를 도리 없이 홀로 건너가는 동안 생각하고 통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또한 『환자의 보호자』일 때 겪게 되는 고됨과 고독에 대해 목격자가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는다. 아픈 사람으로서, 돌보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서로의 목격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피와 뼈와 심장박동 소리가 느껴지는 이 책의 문장들이 얇은 환자복만 걸친 채 차가운 기계 속에 눕는 사람들에게, 병실 구석 보호자 침대에서 잠드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했다고 느끼는 의료진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아플 때 삶 한가운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전희경(살림의료협동조합 여성학 전문이사,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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